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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한 인생

내가 불호로 갈리는 음식 (part 2)

번개애비 2026. 7. 25. 21:38

나는 음식에 대한 알러지가 없다.
친한 지인은 오이 알러지가 있는데 언젠가 모르고 오이를 먹게 되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이 알러지가 아니라 그냥 오이의 향이 싫은 것이었다.ㅋ
진짜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거품을 물면서 응급실로 간다.
그 지인은 실제로 알러지 검사를 해본 경험이 없었다.
근데 왜 알러지라고 했는지를 묻자, 구태여 왜 싫은가를 설명하기 귀찮았단다.

사람을 죽일뻔했다며 호들갑 떨지 않고 그냥 싫은 음식이라고 실토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어서까지 오이를 싫어한다는것은 마치 반찬투정을 부리는것 같아보여서라고 생각해본다. 그 만큼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사람일수도 있겠구나 하며.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때면 불호의 음식을 확실하게 말해두는 편이다. 그래야 함께 밥을 먹을때 서로가 불편함이 없을것 같기 때문이다.



칼국수, 물만두, 수제비

나는 대체적으로 흐물흐물한 식감을 싫어하는것 같다. 정확하게는 밀가루 반죽을 삶되, 삶은 물을 버리지 않고 함께 겯들이는 음식을 싫어한다. 그래서 밀가루가 아닌 쌀을 삶아서 먹는 죽은 또 먹는다. 찐만두도 먹는다.
하지만 밀가루를 맹물에 삶았을때 국물에 베어나오는 밀가루 특유의 풋내가 나는데 나는 이 음식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김치

굉장히 공교롭게도 한국인이지만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김치의 식감이나 짜고 시면서 매운맛은 먹을 수 있지만 김치를 입에 가져대기직전에 코를 통해 맡는 김치의 향을 싫어한다. 김치도 치즈처럼 발효식품이라 특유의 발효된 향이 나는데 그것은 마치 오래된 음식의 냄새와 비슷해서 잘 먹지 않는다.
대학생이후로 30대 중반이 될때까지 계속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었는데 항상 냉장고에는 김치가 없었다. 김치를 냉장고에 함께 보관하면 다른 음식에도 그 향이 베어나와서 잘 두지 않게 되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자연스럽게 찾아먹지 않게 된것 같다. 어머니는 늘 집에 김치를 가져오곤 하셨는데 내가 김치를 전혀 먹지 않는것을 보곤 지금은 가져오시지 않는다.
물론 김치를 핑계로 아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잘 이해하지만 김치를 들고 다니는것은 어머니 입장에서 곤욕스러운일일수 있겠다 생각하면 참 잘된 일이다.
칼국수나 수제비에는 김치가 어울린다고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만약 내가 김치를 즐겨먹었다면 칼국수나 수제비를 잘 먹지 않았을까 싶을때도 있다.



라면

어릴때는 라면을 참 많이도 먹었다. 아버지는 라면을 정말 많이 좋아하셔서 늘 주말에는 라면을 먹을때가 잦았다. 성인이 되어 혼자살 때에도 가끔 라면을 해먹은적이 있었는데 힘든시기가 지나가고 난 뒤부터는 자의적으로 라면을 먹지 않게 되었다.
물을 끓여 정말 간편하게 먹을수 있는 음식이지만 라면을 먹으면 힘든시기가 생각나기도 하고 “이제는 라면같은거 먹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던것 때문에 찾지 않게 되었다.
다행히 아버지가 라면을 좋아하셨던것과는 달리 나는 라면은 맛보다는 배를 채운다라는 느낌이 강해서 라면을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었고 가끔 누군가와 함께 있을때나 라면을 접하게 되는것 같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라면을 먹지 않는 대신 라면을 끓여다 주는것으로 시간을 함께 보낸다. 굉장히 공교롭게도 나는 라면을 엄청 잘 끓인다. 함께 먹진 못하더라도 맛있게 끓여줘서 천만다행이다. 나는 라면을 끓일때 물의 양, 스프를 투입하는 시기, 불의 세기, 면발의 익힘정도를 정확하게 캐치해낼수 있다. 그래서 항상 지인들과 캠핑을 가면 라면은 내가 끓이게 되었다.




힘든시절 조상들이 배를 채우기 위해 먹었던 칼국수,
면 뽑는 기계가 귀했던 시절 손수제비라는 창의적인 이름을 지어서 한끼를 호기롭게 해결했던것 처럼 사람마다 시기마다 음식의 스토리가 있다는것이 참 신기하다.

그런면에서 내가 불호로 갈리는 음식에는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 어떤이에게는 왜 이걸 못먹지? 라고 생각하고 넘겨짚기도 하지만 왜 먹지 못하는지에 대한 의문형을 가져보는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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